한 지 민 HAN JI MIN 관람자가 완성하는 현대인의 초상김남윤(아미미술관 큐레이터) 한지민의 작품은 예상되는 뻔한 결말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에 있는 듯한, 그래서 관람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는 것이다. 한지민의 작품에는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그림 앞에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는 힘이 있다. 게다가 트레이싱지를 덧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듯한 부드러운 시선은 느릿하게 흘러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그녀의 그림에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해무를 떠올리고, 다른 누군가는 대사나 음악 없이 무명배우들이 연기하는 일상을 롱테이크 기법으로 찍은 독립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한다. 이러한 긴 호흡은 사실 작가가 인물들의 자세나 비언어적인 요소, 심지어 무의식적 행동이나 부분들을 천천히 관찰하여 얻은 결과이다. 그녀는 ‘뒷모습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상대방의 얼굴과 말보다는 몸의 표정을 캐치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이는 사적 공간에서의 흐트러진 인물을 줌인(zoom-in)하여 현대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거나, 탁 트인 바다에서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추측케 하는 기존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지민의 인물이 지닌 익명성은 작가가 오랜 시간동안 캔버스를 두드려 얻은 은은한 이미지로 더 강화된다. 부드러운 질감의 흐릿한 인물들은 내 자신을 투영할 수도, 혹은 나의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누구라도 될 수 있기에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다. 어쩌면 보는 이가 완성하는 현대인의 초상화이기에 동시대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는지도 모르겠다. 캔버스에는 화려한 스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모호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꺼이 읽고자 하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부분 발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